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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어 보이는 것 하나

나/수필

by yrkim007 2021. 10. 3.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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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예배드리러 오랜만에 교회에 온 날

"하나님의 은혜를 많이 받은 사람"이라는 말에 약한 아들

아들과 딸

公平 

 

 

#아들이 알면 기절할 일이다.

본인 얘기를 인터넷상에 오픈했다는 사실을 안다면... 후폭풍을 감당치 못할 일이다.

아들이 대학 입학하면서부터는 장년 예배에 출석했다.

중등부까지는 잘 나가다가 고등부 때 교회를 가지 않던 아이는 아는 사람이 없다 보니 대학부에 가기도 불편한가보다.

장년부 예배를 꾸준히 드리다가 언제부터인가 장년부 예배마저 뜨문뜨문 참석한다.

코로나19가 계기가 된 듯싶다.

코로나19 초창기에는 주일이 되면 거실에서 함께 예배드리기도 했는데...

그래도 아들 마음 한구석에는 하나님에 대한 미안한 생각보다 엄마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어느 날은 "엄마! 때가 되면 내가 교회에 열심히 나갈 테니 걱정 마"하고 먼저 말해주기도 하는 고마운 아들이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어제는 백신 예방접종 2차 맞으러 가는 차에 고맙게도 전화해준 아들에게 "내일은 같이 교회 가자"라고 질러 버렸다.  

"안 가고 싶은데..."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하나님의 은혜를 많이 받은 사람이 그럼 안되지"

"그래... 갑자기 교회에 가보고 싶네... 내일은 교회에 가볼까?"

생각지도 못한 오케이 사인이 떨어진다.

"그럼 몇 부 예배 같이 갈까?" 말 나온 김에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생각에 물었다.

"약속 못하겠어" 화이자 2차가 많이 아프다고 해서 약속할 수가 없단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알았다고 얘기하고 엄마와 아빠는 2부에 같이 가면 좋겠다고 말해 둔다.

1주일 동안 회사 근무로 힘들었으니, 주일은 편하게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아이를 위해

1부 예배를 인터넷으로 집에서 먼저 드리고 마음과 시간의 무장을 한다.

오늘 하루는 아들과 함께 교회에 같이 갈 마음으로 시작된다.

아들 제외, 간단한 아침식사 후 남편은 대중교통으로 출발하고 나는 아들과 같이 교회 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중교통 시간에 맞춰 정류장에 도착했지만, 10분 먼저 도착해 떠나버린 광역버스를 아쉬워하면서 남편은 내가 해결사라도 되는 듯 내게 전화를 한다. 남편 전화에 후다닥 준비하여 차를 갖고 출발한다.  봉사시간에 늦지 않게 남편을 교회에 들여보내고, 나는 차 안에서 책을 읽고 쉬면서... 예배후 아이들과 함께할 일정을 체크해 본다.

딸은 대학부 예배 참석에 문제없을 듯싶어 아들에게 "오늘 교회로 12시쯤 출발 가능?"이라고 카톡을 띄웠는데 답변이 없다. 한참 기다리다 전화한다.

"엄마가 교회인데 지금 집으로 데리러 갈까? "

"안 가고 싶은데..."

"하나님의 은혜를 많이 받은 아들이 그러면 안되지"

엄마 마음을 아는지... 데리러 가겠다는 엄마에게 교회는 대중교통 이용하여 도착할 테니 예배 끝나자마자 집으로 올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물론이지를 남발한다. 온 마음을 열고.... 오케이.. 애니타임 오케이...

5부 예배 갈까?, 찬양예배를 갈까?. 아들이 묻는다 그리곤... 찬양예배 테마가 무엇이냐 묻는다. 

실 중계로 주보를 보면서 '성찬식!'

"같이 가자" 했더니 "5부 예배드릴래"라고 딱 자른다.

"같이 예배드리자" 했더니 "싫어" 한다.

그래서 나는 4부 예배를 드리고 아들 예배드리는 동안 산책을 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남편이 마침 본당 앞에서 아들을 만났다고 해서 아들을 예배당에 안내해 주고 끝나면 예배당 앞으로 데리러 가기로 했다 한다.  예배시간보다 먼저 도착한 아들이 기특하다.

우리는 예배 끝나는 시간보다 일찍 예배당 앞에 도착하기 위해 서두른다.

혼자서 움직이면서 자신 없이 고개 숙여 교회당을 나설 아들보다는 옆에 같이 있어주면 '여기는 내 땅이다'라는 자신감으로 교회 땅 밟는데 더 자신 있어할 아들을 생각해서 옆에 있어 주자는 남편이 오늘은 믿음직스럽다.

 

#예배 끝나고 근처서 "저녁 먹고 가는 게 좋겠다"에는 만장일치가 되었는데....

아들과 딸이 먹고 싶은 메뉴가 다르다.

참 난감한 일이지만, 가끔 겪는 일이다.

오늘은 괜히 딸이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이 살짝 들려한다.

오랜만에 교회에 온 동생을 위해 메뉴 양보 좀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 때문일게다.... 내 생각을 읽었는지 딸이 말한다. 그동안 본인이 많이 양보했다고. 그때마다 기록하지 않으니 기억을 할수도 없고. 아이들과 논쟁을 할수도 없다. 그들의 기억력이 더 좋으니 말이다.

딸도 2차 백신을 아들과 같이 맞아 몸이 불편한데....

딸이 양보하여 김밥을 사들고 아들이 좋아하는 국물을 먹자고 했는데. 분식집이 문을 닫았다.

여기서 더 이상 누구에게 양보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둘씩 나눠서 먹자.."라고 내가 결정한다.

나는 딸과 촙촙 쌀국수와 볶음밥을

아들과 아빠는 우촌 갈비탕을...

식사 후 같이 만나기로 결정하니 누구도 불만의 소리는 없다. 

나는 뭐든 맛있는데 젊은이들은 개성도 각각이고 먹고 싶은 것도 참 각각이다.

오늘은 이렇게 공평을 만들어 냈다. 내 마음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아들 예배 참석에만 집중하다 보니 기존에 예배 잘 드리고 있는 딸에게도 내 마음과 같은 양보를 심정적으로 요구할 뻔했다.  열심히 예배드리고 봉사하는 아이가 먹고 싶은 게 있다는 간단한 요구도 넉넉하게 받아 주었어야 했고, 잘하는 아이의 마음도 생각해 줬어야 했는데 누나라는 이유만으로 양보하길 바라는 꼰대가 나도 모르게 되어 있었다.

딸에게 섭섭한 마음을 굳이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내 마음 한켠에는 분명 들어 있었다. 이 마음이 옳다고 잘못 판단했던 나는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딸에게 작은 상처를 줄 뻔했다. 뻔에서 끝나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오늘은 나의 공평하지 않은 마음을 깨달을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인 날이다.

오랜만에 예배드리는 아들만 고마웠지, 그동안 예배 잘 드리고 봉사 열심히 한 딸에게는 "그깟 메뉴 양보 좀 하면 어떠나"하는 일방적인 나의 마음을 읽지 못할 뻔했다.  복음서에서 탕자 아들을 대하는 아버지의 공평과 아버지 곁을 열심히 지킨 큰아들이 생각하는 공평이 달랐다는 것이 떠오른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공평은 똑같이 반반이다. 반면, 부모 입장에서 공평은 누군가의 희생과 양보와는 상관없이 아픈사람에게 더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부모가 되어 보니 '공평'에 대한 시각차가 부모와 아이들 입장에서 다를 수 있다는 것이 비로소 보인다.

보이는 공평은 아이들이 생각하고 판단하고 원하는 나눔으로 가는 게 모두에게 행복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다만 그들의 입장을 배려하되 보이지 않는 부모의 공평도 많이 고민해야 할 일이다. 고민과 배려가 결국 아이들의 관계에도 이어질 일이기 때문에 섣부르게 행동하고 말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2차 백신을 맞고도 군소리 없이 예배에 참석한 아들이 예수님을 나의 주, 나의 하나님으로 고백하며 하나님이 본인 삶의 힘의 근원이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도한다.  덧붙여 대학부에서 열심히 예배드리며 봉사하는 딸에게는 오늘 정말 미안하면서도 감사하다. 다음에 더 넉넉한 마음으로 따뜻하고 맛있는 밥을 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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