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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아저씨, 진 웹스터

사람/영화책

by yrkim007 2024. 11. 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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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있다.

일보다는 익숙지 않은 관계 속으로 조금 발을 들여놓으니 예상치 못한 시간차 공격과 해야 할 많은 일들로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다지기에는 역시 책이다.

피곤하고 지칠땐 책을 읽으며 쉴 수 있음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이 참 좋은 순간이다.

한경직 도서관에 쪼그리고 앉아 아이들 읽는 세계명작을 읽다 보면 조금씩 힐링되는 순간이 많다.

때론 민음사의 세계명작보다 초등생을 위한 지경사의 세계 명작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  한두 시간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어서다.

다른 어떤 날과 같이 수채화 같은 책을 읽고 싶은 주일아침. 

1부 예배 후 도서관에 앉아 책을 보다가 맡은 부서에서 봉사하고 코스모스처럼 맑고 예쁜 정화제 이야기를 찾다 보니 키다리아저씨가 딱이다.

 

 

키다리아저씨/앨리스 제인 첸들러 웹스터(본명)/진 웹스터(필명)/서간체 소설/1912년

주디(제루샤 애버트), 키다리 아저씨, 샐리 맥브라이드, 줄리아 팬들턴, 저비스 팬들턴.

17년 동안 고아원에서 자라 이제는 독립의 부담을 갖고 있던 주인공 제루샤 애버트에게 행운의 여신이 다가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행운의 여신은 고아원을 후원하는 익명의 후원자. 그가 주인공의 대학생활을 졸업할 때까지 지원하겠다는 결정에 따라 제루샤 애버트가 좌충우돌 대학생활을 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운명을 개척하는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다.

익명의 후원자가 유일하게 원하는 것은 한 달에 한 번씩 대학생활을 편지로 써야 한다는 조건.

대학에 진학한 애버트는 주디로 애칭을 정하고 주눅 들기 쉬운 환경에서 적응해 가며 후원자를 키다리아저씨로 명명하고 수시로 편지를 쓴다.

"저는 속내를 모두 털어놓지 않는 것이 무척 힘들어요. 아마도 천성적으로 솔직한 성격인가 봐요. 들어줄 아저씨마저 안 계셨더라면 저는 진즉 폭발해 버렸을 거예요"

주디는 가족 하나 없지만, 편지를 통해 키다리 아저씨에게 때론 엄마에게 편지 쓰듯,  동생. 오빠, 삼촌 등 다양한 대상에게 열린 마음과 시선으로 편지를 쓰면서 행복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참 예쁘다.  여기에 17개의 선물을 한꺼번에 보내는 키다리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도 평화로운 세상을 열어간다.

 

"중요한 것은 커다란 기쁨이 아니라 작은 데서 큰 즐거움을 만드는 데 있죠.
저는 행복의 진정한 비밀을 알아냈답니다. 아저씨 그건 현재를 사는 거예요.
과거를 영원토록 후회하거나 미래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다 취하는 거죠.
농사짓는 거랑 비슷해요. 확장해서 농사를 지을 수도 있고, 집중해서 지을 수도 있어요
저는 앞으로는 집중해서 인생을 살래요.
매 순간을 즐기고, 그걸 즐기는 동안 그걸 즐기고 있다는 걸 알려고 할 거예요.
사람들 대부분은 사는 게 아니에요. 달리고 있을 뿐이죠. 머나먼 지평선을 목표로 삼아 거기 닿으려고 노력을 해요.
더위 속에서 달리느라 숨이 차서 지나가는 아름답고 고요한 시골은 보지 못하죠.
그러다가 그들이 처음으로 알게 되는 것은 늙고 지쳤다는 거죠. 
또 목표지점에 닿았든 못 닿았든 차이가 없다는 거죠.
저는 길 옆에 앉아서 작은 행복을 쌓기로 결정했어요.
대단한 작가가 되지 못하더라도요. 제가 이렇게 철학적인 사람이 되었다는 걸 아셨나요?"

아저씨의 영원한 주디 올림.

 

고아로 자라 사랑받지 못한 한 소녀가 자신을 채워가며 찾아가는 감동과 함께 이야기 반전은 마지막 키다리아저씨의 정체.

열린 마음은 상대의 마음을 열고 '빨주노초파남보' 의 영롱한 글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편지를 통해 성장하는 주디가 그 속에서 사랑을 배우고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위로받고 치유받는 나를 본다.  이래서 명작은 언제 읽어도 때와 상황에 맞는 감동으로 우리들과 숨쉬기에 100년이 넘어선 지금 그리고 우리 손자들 곁에서도 숨을 쉬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나의 키다리 아저씨 예수님께도 이렇게 맑고 기쁨 줄 수 편지를 쓸 수 있는 나를 소망하며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위해 기도한다.

인격, 용기, 정신력, 상상력, 연민, 이해심, 의무, 사랑, 행복, 유연한 마음가짐....

 

 

 

<키다리 아저씨 명문장>

 

 

인생에서 인격이 필요한 건 큰 문제가 생겼을 때가 아니에요.
큰 위기가 닥쳤을 때 용기를 가지고 일어서서 비극에 맞서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일상의 사소한 짜증거리들을 웃음으로 넘겨야 할 때, 바로 그런 때 정신력이 필요한 거죠.

 

 

아저씨, 어떤 사람에게나 꼭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상상력은 자신을 다른 이의 입장에 서 보게 해 주지요. 

친절과 연민과 이해심을 길러줘요.
상상력은 어려서부터 길러야 해요.
하지만 존 그리어 고아원은 상상력의 싹이라도 보이면 즉시 쾅쾅 밟아 버리죠.  
그곳에서 장려하는 것은 오직 의무감이에요.  
저는 아이들이 그 단어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의무감이란 불쾌하고 지긋지긋한 거죠.
아이들은 모든 일을 마음에서 우러나온 사랑으로 해야 해요.

 

 


저는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줄리아 같은) 많은 친구들을 알아요.

그 친구들은 그 행복이라는 감정에 너무 익숙해져서 감정이 완전히 무뎌져 버린 것이지요.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인생의 모든 순간에 제가 행복하다는 것을 확신하며 살고 있어요.
그리고 어떤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전 계속 그럴 거예요.


고아원 생활을 했기에 한 걸음 물러나 인생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제게는 풍족하게 자란 사람들에겐 부족한, 세상을 보는 안목이 생겼어요.
제 주위엔 자신이 행복한지도 모르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행복에 젖어 있다 보니, 행복을 느끼는 감정이 둔해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제 인생 매순간순간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계속해서 행복하다고 생각할 작정이에요.


이건 사실이에요. 세상은 행복으로 넘쳐나고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만큼 충분해요.
우리는 다가오는 것을 맞이할 자세만 되어 있으면 돼요.
그 비결은 바로 유연한 마음가짐이에요.


사람들은 평범하게 사는 삶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몰라요
그래서 살지 않고 경주를 해요.
이기려다가 지칠 뿐이죠.
아저씨, 저는 매 순간 최대한으로 행복을 느끼며 살겠어요


아저씨, 저를 너무 호사스러운 생활에 젖어들게 만들지 마세요.
사람은 가져 본 적이 없던 것은 아쉬워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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