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쉬면서
지경사의 초등학생용 '노인과 바다'를 반 정도 읽었나 보다.
삶의 많은 것들이 들어 있는 노인과 바다.
노인이 중얼거렸다
'다시 한 바퀴 돌고 와서 미끼를 삼킬 모양이야.'
그러나 그 생각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무엇이든지 좋은 일을 미리 말해 버리면 될 일도 안 되는 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노인이 말했다
'혹시 깊이 내려가 버리면 어쩐다지? 깊은 데로 들어가서 죽어 버리면 그땐 정말 곤란해져. 하지만 무슨 좋은 수가 생기겠지.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거야"
마개를 뽑고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나서 뱃머리에 기대어 쉬었다. 노인은 쉬면서 참고 견디는 것만을 생각하려고 애썼다.
이 자세는 조금 전보다 약간 견디기 쉬울 뿐이었지만 노인은 한결 편해졌다고 생각했다.
'나도 녀석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지만 녀석도 별 방법이 없겠구나. 이놈이 이렇게 계속 버티고 있는 한 서로가 어쩔 수 없지'
'놈은 아주 멋져. 좀처럼 만날 수 없는 녀석이지. 도대체 몇 살이나 먹었을까? 이제까지 이렇게 힘센 녀석은 만난 적이 없어. 그리고 이토록 이상하게 구는 녀석도 처음 보았다. 머리가 꽤나 좋은 놈이야. 휘젓고 다녀서 힘을 빼면 자기가 손해라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어. 전에 한번 걸린 적이 있어서 이렇게 승부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한 걸 거야.
하지만 녀석은 자기와 싸우고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뿐이고 그것도 늙은이라는 사실을 알 리가 없다. 놈이 휘젓기 시작한다면 난 꼼짝없이 당하고 말 거야......녀석은 수놈답게 덥석 미끼를 물었고 낚싯줄도 힘차게 끌어당기고 있다. 조금도 소동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말야.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걸까? 아니면 나처럼 그저 죽을힘을 다해 싸우고 있는 걸까......'
"조그만 새야, 푹 쉬었다가 네 살 길을 찾아가려무나. 인간이나 다른 새나 물고기처럼 모든 일은 하늘에 맡기고서 말야."
'도대체 이놈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걸까?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무지무지하게 큰 놈이니까 저 녀석이 어떤 식으로 나오는가에 따라 내 계획을 바꾸는 수밖에 없어. 뛰어 올라와 주기만 한다면 손쉽게 해치워 줄 텐데. 녀석은 바닷속 깊이 숨은 채 언제까지나 버틸 작전인 것 같아. 그렇다면 나도 녀석처럼 버텨 보는 수밖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놈에게 보여 줬으면 좋겠어. 그렇지만 쥐가 난 손은 들켜선 안 되지. 녀석에게는 내가 실제보다 강한 인간으로 알게 해야 해. 기필코 그렇게 보이도록 하겠어.'
노인은 또 이렇게도 생각했다.
'내 의지와 지혜에 맞서 싸우고 있는 이 멋진 고기가 되어 보는 것도 괜찮겠군.'
'고기를 죽이는 게 좋은 일은 아니지만 난 녀석에게 인간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고 얼마나 잘 견뎌 낼 수 있는가를 보여 주고 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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